자유게시판

오랜 첫사랑을 끝낸 여학생

bobaedream

첫사랑은 늘 그림자처럼 다가와요. 조용한 모범생이었던 너와 나는 같은 반이었지만 인사조차 드물었던 거리가 기본 설정 같았죠. 그때의 나는 너의 작은 습관들에 홀려 버렸고, 너의 세계를 조금씩 끌어다 보려 애썼어요. 그러다 어느 여름, 네가 불쑥 나타나 농구공이 공중에서 튕겨 나가던 그 순간이 우리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바꿔 놓았죠.

그때의 너는 수학과 과학에서 남다른 집중력을 보였고, 학창시절의 한 페이지처럼 스도쿠를 좋아하는 조용한 친구들 사이에서 은근히 인기가 있었대요. 짧은 머리와 예쁜 귓볼, 그리고 농구를 좋아하는 모습은 어쩌면 우리 시선을 붙잡으려는 속삭임 같았죠. 나는 너를 따라가려 애썼지만, 성장 속도는 서로 달랐고, 결국 거리는 자꾸만 더 벌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우리가 같은 교실의 바람이었을 뿐, 서로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던 일상에요.

졸업 후 우연히 타임라인에서 너를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죠. 거기선 네가 아주 담담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화면 속 너는 낯익은 여자에게 작은 이야기를 전하더군요. 그 영상은 우리 사이의 연애사가 아니라, 지나간 시간의 한 조각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왜 이리도 오래의 기억이 살아 움직이는지 묻고 말았어요. 혹시 그때의 나는 네가 아닌가?

결국 첫사랑의 끝은 늘 그렇게 조용하고도 애매하게 남나 봐요. 완벽하게 닫히지 않는 문처럼, 나는 여전히 너와 그때의 나를 가끔 떠올리며 작게 미소 짓습니다. 이 기억들이 지금의 나를 얼마나 다듬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작은 이벤트로 남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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